따뜻한 봄날 같은 영화...‘나의 특별한 형제’

정효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5/06 [10:10]

따뜻한 봄날 같은 영화...‘나의 특별한 형제’

정효정 기자 | 입력 : 2019/05/06 [10:10]

 

▲ 육상효 감독의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포스터     © 뉴스다임

최단기간 천만관객 돌파, 영화관 상영 점유율 80.8%, 전 세계 박스 오피스 1위의 신화를 쓰고 있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뒤로 하고 기자가 선택한 영화는 한국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다.

 

주류에 편승하고 싶지 않은 일종의 반항심과 지구를 구하는 큰 영웅 이야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승리로 이끌어 내는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갔기 때문이다.

 

어벤져스가 돌풍을 일으키는 바람에 고전하고 있는 영화들이 생각보다 많다. 지난 4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들이 대거 개봉됐고 이 영화들은 공교롭게도 지난달 24일 엔드게임이 개봉하며 경쟁을 하게 됐다.

 

일본의 최고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삶을 다룬 영화 ‘ 안도 타다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 사형수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크게 될 놈’, 세월호 사고로 아들을 잃은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생일’, 미국 부통령 딕 체니의 전기적 영화 ‘바이스’, 그리고 장애인 최승규, 박종렬 씨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나의 특별한 형제’까지 장르도 소재도 다양하다.

 

그러나 이 영화들은 보기가 쉽지 않다. 온통 엔드게임만 상영해 대는 통에 동네 영화관에서는 볼 수가 없고 큰 영화관의 한 개 관 정도에서만 볼 수 있다.

 

엔드게임이 아닌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를 보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 "기어이 봤다"고 표현해야 맞을 것 같다.

 

어렵게 본 육상효 감독의 '나의 특별한 형제'는 따뜻한 봄날 같은 영화다. 우선 눈의 실핏줄로 지체 장애인 연기를 하는 신하균, 신체 건강한 지적 장애인 연기를 하는 순박한 이광수, 이들에게 모두 합격점을 주고 싶다.

 

몰입감을 방해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였다. 자연스럽다 못해 개인적으로는 사랑스러웠다. 배우들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장애인을 연기하는 것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꾸준한 관찰을 통해 디테일하게 표현해야 하고 거짓이 아니라 진짜임을 나타내기 위해 그들의 심정을 가슴으로 이해해야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릴 때 사고로 목 아래 신체를 움직일 수 없게 된 강세하(신하균 분)와 건강한 신체를 가졌으나 5세 아이 정도의 지적 장애를 갖고 태어난 박동구(이광수 분)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이야기한다.

 

신부님이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 ‘책임의 집(사람은 태어나면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다는 뜻에서 신부님이 지은 이름)’에서 어릴 때 만나 20년간 한 몸이 되어 살아온 두 사람의 이야기가 무겁지 않게 전해진다.

 

동구가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 당할 때 세하가 구해주고 물에 빠져 죽을 수밖에 없던 세하를 동구가 구해주면서 이들의 인연이 시작된다.

 

세하는 머리 외에 전혀 움직일 수 없지만 머리가 좋다. 현실적이고 똑똑하고 자존심 세고 삶에 대한 고민을 누구보다 많이 하고 자신을 극복하는 과정을 거치며 정신적으로 강해질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세월이 흘러 책임의 집 신부님이 죽자, 모든 장애인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세하를 오히려 의존하고 따를 정도다.

 

동구는 세하의 손과 발이다.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이빨 닦는 것, 심지어 싸는 것까지도 동구가 없으면 세하는 하나도 할 수가 없다.

 

세하는 생각이 복잡하고 삶이 힘겨워 오히려 순박하고 고민이 없는 동구가 위로가 되고 동구의 순박함과 충성심에 그나마 웃을 수 있다.

 

그에게 동구는 지체 장애자가 아니라 자신의 몸이기도 하면서 기쁨이고 사랑이다. 동구에게 세하는 진심으로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며 자신을 버린 엄마의 대신이며 세상 누구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랑하는 형이다.

 

동구는 매일 잘 때마다 알람을 맞춰놓고 중간에 일어나 세하가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몸을 옆으로 눕히는 일을 빼먹지 않고 세하는 세상에 나가 동구가 배워야 할 것들을 화 한번 내지 않고 무한 반복으로 가르친다.

 

은행에서 도장을 찍는 것도 못하는 동구. 가방에서 도장 하나 꺼내는데도 수십 번을 가르쳐야 하지만 세하는 사람들 앞에서 동구를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구체적으로 도장의 생김새를 하나하나 얘기해주며 찾게 한다.

 

세하가 물에 빠져 죽으려 했을 때 동구가 기적처럼 나타나 세하를 구하는데 죽다 살아나 땅에 같이 누워 동구가 한 첫마디 말은 "형, 우리 집에 가자"이다. 어쩌다 물에 빠진 거야? 죽으려 했던 거야? 등등 복잡한 질문들이 아니라 모든 문제를 단순화 시킨 한마디 "집에 가자"라는 말에 세하는 미소 짓는다.

 

복잡하고 지친 일상에서 순수하고 단순한 아이가 기쁨이 되고 위로가 되듯 세하에게 동구는 오히려 다른 그 누구보다도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동구의 순수함과 충성스러움은 보는 이도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동구의 친엄마가 나타나 둘이 헤어지는 것이 갈등이 되고 헤어짐으로 생기는 각자의 어려움과 허전함으로 갈등이 전개된다.

 

헤어졌다가 둘이 다시 만나는 장면에 대사가 없이 음악과 침묵이 흐른다.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로 바라보고 우는데 어린아이처럼 울던 동구가 절제된 어른의 눈물을 흘리는 세하의 눈물을 닦아준다.

 

그간의 일을 구구 절절히 말하지 않아도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알기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언제 헤어졌었냐는 듯 동구는 20년간 늘 해왔듯 세하의 휠체어를 밀고 걸어간다.

 

둘이 아닌 하나가 되어 함께 걷는 모습만으로도 벅찬 감동이 차올랐다. 그들이 함께 걷는 그 표정만으로도 그들의 감정이 전달됐고 그들만큼 먹먹하고 벅찬 마음으로 같이 흐느꼈다.

 

이 시대에 영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음지의 억울한 사연들을 드러내기도 하고 다양한 삶을 보게 함으로 미처 잊고 지냈던 사람들을 돌아보게도 만든다.

 

어쩌면 이해하지 못하고 동정심을 가졌을 장애인들의 이야기가 행복하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분명 신체장애는 억울하고 그 삶은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이들은 누구도 갖기 어려운 축복을 받은 것이 확실하다. 그 관계가 따뜻하고 끈끈해서 부러울 정도다. 미세먼지 속의 따뜻한 봄 날씨가 왠지 이 영화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여건과 환경은 미세먼지같이 척박하나 그들 속에는 분명 따뜻한 봄날이 있으니, 가슴을 촉촉하게 적실 따뜻하고 행복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볼만했다.

 

거대 배급사의 흥행대작을 뒤로하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은 영웅의 이야기를 본 것은 만족할 만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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