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인의 작가들이 참여한 '삼공이공일구팔공팔전(302019808전)에서 화제의 작가 2인을 만나 그들의 작품세계를 담아 보았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성남아트센터 갤러리 808에서 먼저 '여운'을 주제로 다양한 색채 실험과 마띠에르 기법으로 유화 작품을 선보인 라광보 작가를 만났다.
사람들이 미술전시회를 가거나 음악회, 영화관 등을 찾게 되는 것은 권태롭고 반복적인 무미한 일상에서 일탈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현실보다 더 아름답고 극적인 기쁨을, 때로는 더 처절하고 깊은 슬픔을 느끼게 하는 예술의 세계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러면서 내가 처한 현실이 아니라는 데 안도감을 느끼며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이 가을, 기쁘거나 혹은 슬프거나 위로 받고 싶을 때 예술의 세계로 떠나보자.
성남아트센터 808 갤러리에서 9일까지 열리는 2019 기획전 '삼공이공일구팔공팔전(302019808전)'에 참여한 라광보 작가는 그동안 꾸준히 전시회를 열며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펼쳐왔다.
이번 전시에는 2016년 dauern전을 시작으로 해마다 전시를 해왔던 30인의 작가들이 함께 했다. 개인부스전으로 진행되는데 라 작가는 '여운'을 작품의 주제로 내세웠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화려하면서 은은한 여운을 주는 작품들이 따뜻한 목소리를 내며 눈길을 잡아당긴다.
색채의 아름다움과 따뜻함이 전해져 오는 작품으로만 비춰졌는데 막상 작가의 설명을 듣게 됐을 때 기자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건 '역설의 미학'이었다. 모두들 아프다, 힘들다, 슬프다고 할 때 작가는 그 감정을 밖으로 쏟아내지 않고 작품 이면에 깊이 감추었다고 한다. 자신마저 그런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낼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달을 품다'라는 그의 작품에는 달을 품고 날아오르는 자유로운 영혼의 모습이 표현돼 있다. 화려한 색채와 대비되는 깊숙한 곳에는 지독한 고통과 슬픔을 담았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작품을 해석하는 것은 보는 이들의 몫이다. 그 영역은 누구도 건들릴 수 없는 부분이다. 간섭 받지 않는 즐거움, 전시회를 찾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잊혀진 다리'는 잊혀진 시간을 의미한다. 아름다웠을 어느 시간이 점점 잊혀지는 게 아쉬워서 작품으로 남겼다고 한다.
라광보 작가의 작품은 약간의 형태가 보여지는 반구상 회화로 붓질이나 팔레트 나이프를 사용해 화면의 재질감, 즉 작품효과를 내는 마띠에르 기법으로 탄생된다.
작가는 여러 개의 캔버스를 두고 치열하게 작품에 매달린다고 한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1년, 길게는 3, 4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일까. 가늠할 수 없는 작가의 수고와 단단한 열정이 작품에서 묻어난다.
"색, 형태 등 우리가 느끼는 모든 것은 인간의 약속이다. 그래서 인간은 진리를 추구한다. 그러나 그것 또한 생각의 차이일 뿐이다."
작가노트에서 밝힌 것처럼 '생각의 차이'는 그가 지향하는 세계로 이끌어 작품을 만들어 내게 한다.
"철학의 과잉, 형상의 빈곤. 현대미술에 적절한 표현인데 내 마음은 한없이 불편하다. 큰 잘못을 저지른 듯이 당황스럽다. 아쉽게도 조금 더 맑아지는 내 머릿속은 만족한 만큼 비워지고 있다."
현대미술의 정의에 얽매이지 않는 만큼 작가는 자유롭고 비워진 상태에서 작품을 길어올린다.
"추억은 형상을 잃고 색으로만 남아서 나의 지금을 만들고 있다. 마음은 그 시절에 있는데 나의 모습은 이제 그 시절을 비워야 하는 시기가 됐다."
라 작가는 보이는 것이 아쉽게도 전달하려는 내용을 희석할 수도 또는 잘못 전달할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형태가 필요 없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잠깐의 휴식은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나는 묻고 또 물어도 답은 들리지 않는다. 단지 다양한 색의 소리만 내게 온다."
"단지 다양한 색의 소리만 내게 온다"고 밝히는 라광보 작가의 말에서 그가 또 다르게 열어갈 미지의 작품 세계가 보이는 듯하다. 이제 화단의 중진으로 자리매김한 라광보 작가. 앞으로도 예술혼을 불태워 독보적인 작품으로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 본다.
◼ 라광보 작가 약력 -서울 출생 -1992년 심상전 “자연과 심상전” 관훈미술관
<저작권자 ⓒ 뉴스다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기획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