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의 공정성, 인공지능보다는 사람

정의정 기자 | 기사입력 2020/10/17 [16:13]

판결의 공정성, 인공지능보다는 사람

정의정 기자 | 입력 : 2020/10/17 [16:13]

어느 나라든지 다툼과 분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재판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항상 원고와 피고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기에 사법부는 그 어떤 기관보다도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만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전관예우, 유전무죄, 검언유착 등과 같은 말만 보더라도 재판이 절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 판결에 대한 기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기계가 공정이라는 측면에서 인간의 불완전성을 보완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미 스포츠 분야에서는 로봇심판이 현실이 되었다. 2006US오픈 테니스 대회에서는 비디오 판독 장비인 호크아이(Hawk-Eye)가 처음 도입되었다. 현재 모든 테니스 대회에서는 기계 판독으로 공의 인아웃을 판단한다. 야구, 축구 등 다른 종목에서도 마찬가지로 기계 판독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공정할 것 같은 인공지능이 오히려 새로운 차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구글이 출시한 구글 포토는 한 흑인의 얼굴 사진에 고릴라라는 태그를 달았고, 휴렛패커드가 만든 노트북 웹캠은 흑인을 아예 식별하지도 못했다.

 

현재 미국의 일부 주 법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형사재판 알고리즘인 콤파스(COMPAS)인종을 변수로 포함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흑인의 재범 가능성을 백인보다 2배 높게 판단하고 있다. 콤파스는 피고의 범죄 참여, 생활 방식, 성격, 태도, 가족 등을 점수로 환산해 재범 가능성을 계산한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전적으로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사람이 디자인하다 보니 설계자의 의도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 결국 데이터와 개발자의 특성에 따라 편견과 통념, 차별적 결과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재판은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복잡한 사람들 간의 다툼, 갈등,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만들어낸 인간 고유의 유연한 장치다. 아무리 인공지능의 효용성이 높아도 공정성이라는 철학적 개념을 수용하지 못하는 한, 앞으로도 답이 없는 문제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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