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천일동안]조봉문(弔蜂文)

여천일 기자 | 기사입력 2020/10/29 [13:33]

[포토에세이-천일동안]조봉문(弔蜂文)

여천일 기자 | 입력 : 2020/10/29 [13:33]

 촬영: 김세곤 사진작가 © 뉴스다임

 

수백억 번의 날갯짓 

수만 송이 꽃을 찾아

수십 리터의 꿀을 만들었으니

 

내 이리 쉰다 한들 뭐라 마시게

이대로 깊은 꿀잠에 빠져 

다시 못 일어난다 해도 말일세

 

 

지인으로부터 받게 된 사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날개도 다 낡아 빠진 듯하고 싸늘하게 식은 것으로 보이는 사체에서 '미(beauty)'를 느낀 것이 아니라 

사력을 다해 벌(蜂)로서 생을 열심히 살다 천명에 따라 겸손히 그 생을 마감한 듯한 느낌.

'숭고'가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칸트는 우리가 느끼는 아름다움을 '미'와 '숭고'로 나누었다.

'미(beauty)'는 눈에 보이는대로 즉시 느낄 수 있는 대칭, 비례, 색의 어울림과 같이

'질서'와 '조화'로운 상태를 보는 외형적, 형식적인 측면이 강하다.

반면 '숭고(sublime)'는 우리가 특징하기 어렵게 어떤 무한함, 넘볼 수 없는 탁월함 등에 대해 느끼는

심미적 정서로서 조화와 질서가 아닌 혼란과 무질서에 의해 유발되는 내면적인, 사연과 같은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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