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다가 아니다, '레이니어 효과'

정의정 기자 newsdigm@naver.com | 기사입력 2021/04/10 [12:52]

돈이 다가 아니다, '레이니어 효과'

정의정 기자 newsdigm@naver.com | 입력 : 2021/04/10 [12:52]

미국 서부 시애틀 주에 위치한 워싱턴대학교는 워싱턴 호수 왼편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 측에서 워싱턴 호수 방향으로 체육관을 건립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 직원 식당에서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시애틀에서 95Km 정도 떨어진 아름다운 레이니어 산도 감상할 수 없게 된다.

 

이에 교수들은 체육관 건립에 격렬히 반대햇고, 심지어 체육관이 세워질 경우 학교를 그만둘 것이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교수들의 반발로 인해 학교 측은 체육관의 입지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당시 워싱턴대학교 교수들의 평균 임금은 미국의 평균 임금보다 20% 정도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교수들이 학교를 떠나지 않았던 것은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 때문이었다. 결국 워싱턴대학의 교수들은 임금의 20% 정도는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보상받았던 셈이었다.

 

이 분쟁 이후, 심리학자들은 워싱턴대학교 교수들의 이러한 심리 상태를 레이니어 효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레이니어 효과는 보통 임금의 역할은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으며, 우수한 직원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높은 임금 외에 독특한 환경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여기서 환경이란 자연환경뿐 아니라 독특한 인문 환경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직원들을 격려하며 분발할 수 있게 만드는 기업 환경은 직원들 간 관계를 화목하게 하고, 다양한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성취감과 행복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레이니어 효과가 나타난 대표적인 경우가 영국에서 의류와 식품을 판매하는 스펜서라는 회사다.

 

20017, 테러리스트가 스펜서 회사가 있는 지역을 공격해 이 회사를 포함해 여러 상점을 파괴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다음 날, 스펜서의 모든 직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약속한 듯 일찍 나와 엉망이 된 상점을 정리했다. 다른 상점들이 현장을 청소하기 시작했을 때 이미 스펜서 회사는 문을 열고 정상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스펜서 회사의 직원들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스펜서 회사의 경영진이 모든 직원을 각각 개성 있는 사람으로 존중했고, 인사 관리자는 직원들의 복지 혜택, 기술 훈련, 개인의 향상과 계발에 대한 책임을 갖고 도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매년 거액을 들여 직원들의 보너스와 복리후생에 신경쓰다 보니, 직위, 맡은 일, 수입 등의 차이에 상관없이 모든 직원은 스펜서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회사의 이익이 곧 자신의 이익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이러한 응집력으로 인해 스펜서 회사의 사업은 날로 번창할 수 있었다.

 

결국 레이니어 효과가 말해주는 것은 직원들의 소속감이 급여와 같은 물질적 동기부여뿐만 아니라 자연환경, 기업 환경, 업무 분위기와 같은 조건에서도 비롯된다는 점이다.

 

만일 직원의 충성심을 얻고 싶다면 동업자를 훨씬 능가하는 급여를 주든지, 그것이 힘들면 근무 조건을 향상해 직원들의 정신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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