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비목’ 앞에서

정의정 기자 newsdigm@naver.com | 기사입력 2022/06/06 [11:58]

이름 모를 ‘비목’ 앞에서

정의정 기자 newsdigm@naver.com | 입력 : 2022/06/06 [11:58]

1960년대 중반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하던 ROTC 육군 소위 한명희는 우연히 잡초가 우거진 곳에서 녹슨 철모와 십자 나무만 세워진 무명용사의 돌무덤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6.25 전쟁에서 조국을 위해 전투를 벌이다 산화한 이름 모를 군인의 무덤이었다.

 

그는 자기 또래의 젊은이가 조국을 지키다 이렇게 된 것을 안타깝게 여겨 노랫말을 지었고, 여기에 작곡가 장일남이 곡을 붙여 1969년 가곡 비목이 탄생하게 되었다.

 

노랫말에서 처음 등장하는 초연은 한자로 쓰면 硝煙으로 화약 연기라는 뜻이다. 따라서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은 화약 연기가 쓸고 간 깊은 계곡이라 할 수 있다. 전쟁을 제대로 상징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조국을 위해 목숨을 내어 주었건만, 아무도 찾지 않는 그 세월 동안 그렇게 죽어간 이들은 얼마나 많은 울음과 설움을 내뱉었을까?

 

그래서 작사자는 그 긴 세월의 아픔을 궁노루 산울림이라는 가사로 표현하고 있다. 대개 노루나 사슴 새끼를 잡으면 그 어미도 함께 죽는데, 그것은 어미의 창자가 조각조각 찢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궁노루 산울림은 이름 모를 곳에서 죽어간 자식을 향해 울려 퍼지는 어미의 처절한 울음이었을까, 아니면 아무도 찾지 않는 그들의 설움이었을까. 무엇이 되었든 그렇게 처절하고 애잔한 마음을 생각하다보면 그들에게 더욱 연민을 느끼게 된다.

 

비단 6.25 전쟁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그 동안 수없이 많은 이들이 피를 흘려왔다. 그렇게 피를 흘리지 않고서는 지탱할 수 없었던 것이 우리나라의 애국이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렇게 피로, 목숨으로 조국을 지켜왔던 이들을 기리는 현충일이다. 가곡 비목의 가사를 곱씹으며 순국선열의 넋을 조금이나마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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