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다산의 마지막 습관: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

이향수 기자 algidwk56@naver.com | 기사입력 2022/09/01 [16:12]

[북리뷰] 다산의 마지막 습관: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

이향수 기자 algidwk56@naver.com | 입력 : 2022/09/01 [16:12]

『다산의 마지막 습관: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청림출판 펴냄)은 저자 조윤제가 다산이 학문의 마지막에서 육십 년 내공을 비우고 새롭게 시작한 공부, 『소학』의 주요 구절 57가지를 가려 뽑아 오늘날의 감각에 맞게 풀었다.

 

『소학』에서 이야기하는 공부의 핵심은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것. 이 책은 이러한  『소학』을 바탕으로 삼아 고전연구가인 저자가 『다산의 마지막 공부』에 이어 다시 한 번 고전의 깊은 맛을 소개한다.

 

다산이 처음 배운 기본의 책, 그리고 정점에서 다시 찾은 책 『소학』. 이 책에서 꼽는 『소학』의 핵심 가운데 대표적인 가르침은 정리와 청소와 같은 시시한 일에 대한 강조다. 『예기』에는 “아침이 되면 몸을 정돈하고 이부자리를 갠 다음 마당에 물을 뿌리고 청소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어찌 보면 시시하고 뻔한 이야기를 은밀한 진리라도 속삭이듯 진지하게 권하기에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매일 행해야 하는 사소한 습관이라는 지점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가르침이기도 하다. 『논어』에서 공자는 “일상에서 시작해 심오함에 도달했다(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라고 말했다. 

 

그래서 다산이 환갑에 이르러 『심경』으로 마음공부를 마친 다음 과정은 소소한 일상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다산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어렸을 때의 가르침을 그제야 삶에 적용했다. 새벽에 일어나면 마당에 비질을 하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봤다.

 

『소학』이 권한 대로 이리 오래전에 내려놓았던 글을 다시 읽으며 복사뼈에 구멍에 세 번 날 정도로 글쓰기에 매진했다. 그리고 누런 콧물을 흘리는 동네 아이부터 이름 없는 촌로에 이르기까지 함께 사는 이웃들에게 예의를 다했다. 

 

자신을 만들어나간 습관들을 모두 비우고 평생 동안 지켜나갈 단 하나의 습관을 새로 들이는 것, 그것이 다산이 매일 새로워지며 평생 성장해나가기 위해 택한 방식이었다.

 

            『다산의 마지막 습관』 표지  사진제공: 청림출판  © 뉴스다임

 

다산 정약용은 스스로 쓴 묘비명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내 나이 예순, 돌아보니 한 갑자를 다시 만난 시간을 견뎠다. 나의 삶은 모두 그르침에 대한 뉘우침으로 보낸 세월이었다. 이제 지난날을 거두어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이제부터 빈틈없이 나를 닦고 실천하고, 내 본분을 돌아보면서 내게 주어진 삶을 다시 나아가고자 한다"

 

또한 다산 정약용은 "『소학』으로 몸을 다스리고, 『심경』으로 마음을 다스린다면 현자의 길에 이르리라"고 하면서 매일 나를 비워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시작하는 글'에서 다산이 누명을 쓰고 머나먼 땅으로 귀양을 떠났을 때와 성공을 구가했던 20여  년까지도 '나'를 잃어버린 시간이었다는 다산의 고백을 강조한다

 

삶의 의미와 가치가 학문에 있고 집필을 통해서만이 삶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과 학자로서의 정체성을 『소학』에서 얻었다고 말한다

 

다음은 『이정전서』에 나온 '인생삼불행'이다

 

"사람에게는 세 가지 불행이 있다. 첫째는 어린 나이에 높은 관직에 오르는 것, 둘째는 부형의 권세에 힘입어 관직에 오르는 것, 셋째는 뛰어난 재주로 문장에 능한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출세가 보장되고 손쉽게 성공할 수 있게 해주는데 왜 세 가지의 불행이라고 했을까?

 

그것은 단순한 불행을 넘어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데 너무 이른 나이에 출세하면 재능과 학식이 있더라도 인격과 덕을 갖추지 못해 교만해지기 쉽고 경험과 경륜이 부족해 위기에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산 또한 어린 시절부터 시와 문장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주위의 기대를 받았다. 정조의 총애를 받아 젊은 나이에 병조참의의 벼슬까지 올랐으나 그 이후의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귀양지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학문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고 마음가짐에 따라 인생의 걸림돌이 행운과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산은 당시 과거제도의 폐해도 거론하며 한 번의 시험으로 승패를 가르는 폐습을 질타했다고 하는데 백성을 배려하고 기회를 주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다산은 험난한 귀양 생활을 하면서 두 아들에게 계속 편지를 쓰고 학문과 역사서 읽기를 권했는데 '내가 바르면 천하가 돌아온다'는 '반구저기'의 정신에 입각해서 다산 자신도 자신을 반성하고 조급함을 고쳐나갔다는 대목에서 수양하는 사람의 표본임을 깨닫고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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