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몽골여행⑥ '익흐가즐링촐로', 대자연이 만들어낸 자연 오페라하우스

글: 이루야 | 기사입력 2022/11/07 [14:49]

[기획] 몽골여행⑥ '익흐가즐링촐로', 대자연이 만들어낸 자연 오페라하우스

글: 이루야 | 입력 : 2022/11/07 [14:49]

칭기즈칸의 나라, 끝도 없이 펼쳐지는 초원과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 그리고 천혜의 자연을 있는 그대로 만끽할 수 있는 나라, 몽골로 길을 떠나볼까. 지난 6월부터 무비자로 여행이 자유로운 이곳 몽골을 먼저 다녀온 이들이 있다. 12명의 주인공들은 현직 교사들과 여행가, 사진작가, 몽고 교류에 관심있는 이들이다. 삶과 문화와 세계시민교육네트워크 주최로 지난 7월 25일부터 8월 8일까지 두 차례로 나눠 여행을 다녀왔고 이들은 생생한 몽골여행기를 남겼다. <뉴스다임>은 몽골여행을 떠나고 싶거나 랜선으로나마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이들의 몽골여행기를 연재한다.

 
 
 

밤공기가 쌀쌀하긴 했지만 겹겹이 겨울옷을 껴입고 전날의 피곤한 여정으로 인해 꿀잠을 자고 몽골에서 세 번째 날을 맞았다. 몽골의 전통가옥인 게르에서 제공해 준 아침식사를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몽골은 채소가 매우 귀하기 때문에 육류를 즐겨 먹는다. 빵과 달걀 프라이, 소시지, 수태 차라 부르는 우유와 아침을 깨워주는 블랙커피 한 잔으로 속을 따뜻하고 든든하게 채웠다. 

 

게르에서 재공해준 아침식사    사지제공: 이루야  © 뉴스다임

 

오늘부터 몽골의 대표 명소를 가기 때문에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또 한참 동안 초원의 비포장도로를 달렸다. 두어 시간 정도 달렸을까.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익흐가즐링촐로입니다.”라는 말이 들리고 매우 큰 바위들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는 곳에 내렸다. 그 웅장함에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바위가 솟아 있는 형상이 기이하고 아름다웠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살랑살랑 부는 바람까지 완벽한 날씨와 어우러진 자연경관이었다. 

 

매우 큰 바위들이 사방을 에워사고 있는 '익흐가즐링촐로'      ©뉴스다임

 

동해의 촛대바위, 설악산의 흔들바위 등 바위가 멋있는 명소, 대둔산과 월출산, 관악산 등 바위의 웅장함과 수려함을 느끼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악산을 찾곤 한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에 세워진 바위산, 몽골의 자연이 주는 위엄과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그 바위산이 나를 감싸고 있어 허허벌판 초원에서 느꼈던 공포감은 사라지고 편안함이 감돌았다. 바위가 주는 포근함의 매력은 참 신비하면서도 신기하다. 

 

익흐가즐링촐로의 중앙 핵심부에는 무대단상이 만들어져 있었다. 오른쪽과 왼쪽, 뒤쪽의 높은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 있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 연주를 하면 바위가 울림판 역할을 하여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진다고 하였다.

 

‘에이, 그래도 초원인데 울려봐야 얼마나 울리겠어?’라는 생각으로 “아!” 하고 소리를 질러보았다. “아- 아- 아-” 노래방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지른 것처럼 내 목소리에 에코가 입혀져 메아리치는 것이 아닌가! 정말 신기했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소리를 지른 것처럼 소리가 울려 퍼져 나갔다. 그래서 익흐가즐링촐로를 ‘자연 오페라하우스’라고 부른다고 했다.

 

익흐가즐링촐로의 중앙무대. 몽골 전통복을 입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다.    사진제공: 이루야     ©뉴스다임

 

초원 투어에 함께 한 몽골인 친구의 어머니께서 직접 만들어주신 몽골 전통복을 입고 신이 나서 요상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러댔다. 우리의 목소리가 익흐가즐링촐로를 꽉 채우고 있어 그 순간만큼은 ‘무대의 주인공 바로 나’였다.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연주를 하기 때문에 소리가 사방으로 잘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천장과 벽이 곡선과 울퉁불퉁한 바둑판 형태로 되어 있다.

 

중앙무대 주변의 바위를 쭉 살펴보니 바위 사이사이에 틈이 많고 구멍이 뚫려있는 곳도 있어서 소리가 공명이 되어 하울링이 생기는 것 같았다.

 

자연의 신비는 끝이 없다. 감탄하고 또 감탄하며 한참을 서서 바위를 보았다.

 

바위 사이사이의 틈과 구멍이 울림판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이루야  © 뉴스다임

 

몽골의 유명한 가수와 많은 음악인들이 이곳을 방문해서 연주를 했다고 한다. 각자 익흐가즐링촐로의 곳곳을 구경한 뒤 무대에 모여 다 함께 멋지게 노래 한 곡을 불렀다. 18명의 목소리가 구름에 닿았겠다 싶을 정도로 멀리 울려 퍼졌다.

 

노래를 마치고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독수리가 머리 위를 뱅뱅 돌며 날고 있었다. 모두가 신이 나고 감격스러워서 독수리를 향해 손을 흔들기도 하고 만세를 하며 소리를 질렀다.

 

따사로운 햇빛, 바위, 바람, 독수리까지 만물이 우리의 노래에 화답을 해 준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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