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난 어떤 맛으로 남겨질까?

최은지의 커피브레이크<5>

최은지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3/12/18 [14:41]

누군가에게 난 어떤 맛으로 남겨질까?

최은지의 커피브레이크<5>

최은지 칼럼니스트 | 입력 : 2013/12/18 [14:41]
프랑스의 외교관이자 작가였던 탈레랑의 커피예찬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커피의 본능은 유혹/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순수하고/사랑처럼 달콤하다 
 
탈레랑이 느낀 커피는 순수하고 뜨거우며 달콤하고 황홀하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커피에서 달콤한 맛을 느낀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피는 쓰다! 쓴 게 당연하다. 커피니까' 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이 커피 맛의 진실에 대해 비밀 하나를 공개하려고 한다. 
 
커피 한 잔에는 신맛, 쓴맛, 단맛 이렇게 크게 3가지 맛이 존재한다. 이 커피 맛은 로스팅(커피 볶기) 정도, 내리는 물의 온도, 분쇄 굵기 등의 작은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차이가 난다. 심지어 같은 원두로 같은 사람이 내려도 분쇄크기나 물 온도에 따라서 전혀 다른 맛이 나게 된다. 여기까지는 바리스타들이나 솔깃할 정보다.
 
한 가지 비밀이 더 있다. 바로 커피를 내리는 시간! 커피를 빠르게 훅하고 내리면 상대적으로 연하면서 신맛이 더 느껴진다. 그런데 정성을 다한다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리다 보면 커피 알갱이 안에 있던 각종 다양한 성분들이 모두 나오게 되고, 쓴맛과 더불어 텁텁한 잔미까지 내려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맛은? 단맛은 알맞은 절묘한 타이밍에 나온다. 신맛에서 쓴맛으로 넘어가는 중간 타임! 바로 거기에 단맛이 존재한다. 
 
참 절묘하게 인생과 들어맞는다. 무엇이든 덜 차고 덜 성숙하고 덜 이루어지면 뭔가 모르는 풋내, 시큼함을 드러낸다. 그렇지만 계속 노력하면 채워지게 되고 성숙하게 되고 이루어지게 된다. 그 타이밍에 절묘한 단맛이 나온다. 
 
그 단맛은 상대에게 깊은 여운을 주고, 기억에서 잊지 못할 존재로 남게 된다. 또한 과함은 쓴맛과 잔미를 더해 상대에게 불편함을 남겨 강인한 인상으로 기억되게 된다. 
 
오늘 내가 노력한 것들은 누군가에게 어떤 맛으로 남겨질까? 풋사과처럼 시큼할까, 잘 익은 오렌지처럼 새콤달콤할까, 약처럼 쓸까? 생각해볼 일이다.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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