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임인사이트]'진해군항제'...벚꽃향기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박인수 기자 | 기사입력 2016/04/04 [01:47]

[다임인사이트]'진해군항제'...벚꽃향기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박인수 기자 | 입력 : 2016/04/04 [01:47]

매년 봄이면 진해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36만 그루의 하얀 벚꽃들로 인해 화려하게 옷을 갈아입는다. 벚꽃이 피어나면서 지난 1일부터 진해군항제가 시작됐다.

 

진해는 해군이 1945년 11월 30일 폐쇄된 일본 해군의 진해 경비부를 인수해 설립됐으며 지금까지 해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군사도시다.

 

따라서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없었고, 최근에 들어서야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아직도 군 비행장 주변에는 고도제한으로 단독주택들이 있다.

 

진해군항제가 열리는 이즈음은 오랜 세월 동안 가로수로 자리잡은 벚꽃과 단독주택들이 어우러져 도심 전체가 단아한 아름다움을 발하는 때다.

 

▲ 창원시 진해구 현동. 주택가 골목의 풍경     ⓒ 박인수 기자

 

진해군항제는 1952년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세우고 추모제를 열면서 시작됐다. 진해시에서 창원시로 통합된 이후 축제의 규모도 커지는 듯 했으나 올해 들어 벚꽃이 핀 여좌천 거리 절반 이상을 먹거리 장터로 꾸며 미관을 해치고 벚꽃나무를 상하게 하는 등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여좌천 로망스 다리는 MBC 드라마 '로망스'에서 두 주연배우가 처음 만남을 가진 장소로 유명세를 타면서 더욱 인기를 끄는 곳이다.

 

본래 여좌천 양쪽에는 하늘을 가릴 만큼 웅장한 벚꽃나무 가로수길이 1km 정도 펼쳐져 있어 걷는 내내 그 아름다움과 향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엔 벚꽃이 보여야 할 거리에 음식을 팔기 위해 세워진 천막들이 즐비하고, 벚꽃향기 대신 음식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천막들을 벚꽃나무 바로 옆에 설치하면서 벚꽃나무의 가지 일부가 꺾이기도 했다. 천막으로 인해 사람들이 걸어야 할 통로마저 막혔고, 천막 뒤쪽의 좁은 거리는 걷기 불편할 정도다.

 

▲ 벚꽃을 가리고 있는 '풍물거리'의 음식을 팔기 위해 세워진 천막들     ⓒ 박인수 기자

▲ 천막들로 인해 관광객들은 뒤쪽 좁은 길로 주로 통행하고 있다.     ⓒ 박인수 기자
▲ 천막에 꺾인 벚꽃나무 가지들     ⓒ 박인수 기자
▲ 파란색과 붉은색 선이 여좌천의 총 길이이고, 붉은색 선이 먹거리 천막이 설치된 장소다.     ⓒ 박인수 기자

 

여좌천뿐만 아니라 벚꽃의 명소 경화역도 마찬가지다. 경화역은 성주사역과 진해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간이역으로 2006년부터 여객업무를 하지 않고 있다.

 

이곳은 철길따라 쭉 펼쳐진 벚꽃터널 사이로 기차가 들어오면서 꽃잎이 흩날리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또 벚꽃이 만발한 길을 따라 철로 위를 자유롭게 거닐며 낭만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경화역 한편도 여좌천과 마찬가지로 음식 천막이 자리잡고 있어 미관을 망치고 있다. 자연스러워 더욱 낭만적이었던 경화역은 음식 냄새와 천막들로 인해 이제 관광객이 설 자리가 없다.

    

▲ 경화역 한편에 자리잡은 음식을 팔기 위해 세워진 천막     ⓒ 박인수 기자
▲ 음식을 팔기 위해 세워진 천막으로 인해 관광객이 걸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 박인수 기자

 

지난해 여좌천과 경화역은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낭만적인 모습이었지만 올해 들어 인공구조물이 더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벚꽃의 아름다움을 무색케 하고 있다.

 

▲ 지난해 여좌천. 현재는 음식을 파는 천막이 오른편에 자리잡고 있다.     ⓒ 박인수 기자
▲ 지난해 경화역. 현재 천막이 서 있는 자리에 관광객들이 서 있다.     ⓒ 박인수 기자

 

벚꽃과 주변 경관이 자연스레 어우러져 도시 전체가 관광지가 되는 진해의 아름다운 군항제가 지자체의 경제적 부만 축적하려는 수단으로 변질돼 향기 잃은 축제가 되는 것이 아쉽고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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