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임기획]'박장백'의 남미 표류기<1>

대학생 기자 장백이 '남미'로 떠나다

박장백 대학생 기자 | 기사입력 2017/07/03 [16:24]

[다임기획]'박장백'의 남미 표류기<1>

대학생 기자 장백이 '남미'로 떠나다

박장백 대학생 기자 | 입력 : 2017/07/03 [16:24]

어쩌다보니 대학교 3학년이 끝났다. 이대로라면 남들 사는 순서대로 살게 될 것 같았다. 휴학을 했다. 조선소에 들어갔다. 조장까지 달았다. 역시 난 뭘해도 잘한다는 성취감을 얻고 성격을 버렸다.

여행자금은 생겼는데 항공권을 못 구했다. 술값과 닭발값으로 재산을 탕진하던 중 여행자들에게 '리마대란'으로 불리는 아에로멕시코 특가 프로모션이 떴다. 홀린 듯이 결제 버튼을 눌렀다. 

'박장백'의 남미표류기는 이렇게 시작됐다.<편집자주>

 

공항에서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사실 실감 날 틈이 없었다.

3시간이나 일찍 공항에 도착했는데 환전소가 너무 멀다. 열심히 뛰었다. 땀이 줄줄 났다. 

 

수하물을 부치는 데 배낭 커버가 안 잠긴다.

남자친구가 어떻게든 배낭끈으로 묶고 눌러서 지퍼를 잠근다. 얘도 땀이 줄줄 났다. 둘다 반 쯤 정신이 나가서는 숨 좀 돌리려 탄산수를 땄는데 우렁찬 소리와 함께 분수쇼가 벌어졌다.

 

병을 보니 반쯤 남았다. 반은 우리 땀과 함께 줄줄 흘렀다. 그래도 탄산수라서 끈적이지도 않고 땀보다 깨끗하다. 미친 듯이 웃다보니 들어가야 할 시간이다. 목표는 살아 돌아오는 걸로 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설레는 마음으로 찍었던 첫 사진. 이때까지만 해도 이제 다 순조로울 거라 생각했다.     © 뉴스다임

 

첫 번째 경유지인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서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했더니 아직 집에 가는 중이라고 했다. 역시 인천에서 일본보다 대전이 더 멀다.

 

기내식 먹고 자고 기내식 먹고 자다보니 두 번째 경유지인 멕시코에 도착했다. 환승시간은 두 시간이 채 안되는데 수하물을 찾고 체크인을 다시 해야했다. 

 

▲ 남미를 가는 동안 기내식만 세 번이 나온다. 설레는 마음에 뭐든 맛있었다.    © 뉴스다임

 

셀프 체크인을 하려고 했더니 스페인어로 알림창이 뜨는데 스페인어를 못한다. 뛰었다.

내 차례가 왔는데 여권이 없다. 

 

체크인 직원이랑 서로 당황하다가 정신을 차렸다.

다행히 천사같은 젠틀맨이 여권을 주워줘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런데 여긴 터미널 1이라서 공항철도를 타고 터미널 2로 가야 한단다. 뛰었다.

눈앞에서 공항철도가 출발했다. 남은 출발시간은 1시간 남짓. 또 뛰었다. 

도대체가 내가 가야 할 곳은 하나같이 다 공항의 끝에 위치하고 있어서 여행 전 나의 체력을 무럭무럭 키워주었다.

 

체크인 창구로 갔더니 늦어서 못 받아준다고 했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하고 있는데 직원이 말했다.

"OK. RUN. NOW."

내가 잘 뛰는 거 또 어떻게 알았대. 내가 또 기가 막히게 뛰지.

그렇게 기적적으로 마지막 비행기까지 갈아타고 남미에 도착했다.

 

런닝맨 열성팬이라 공항에서 굳이 스릴만점 레이스를 체험해보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환승시간을 최소 3시간 정도는 두길 바란다. 

 

그 정도 시간은 있어야 여유있게 환승할 수 있다. 공항이 크면 길 찾다가 시간이 금방 가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석이 아니라면 더더욱 비행기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체력은 한국에서 키워오고 공항에서는 사뿐사뿐 걸어다니다 뽀송뽀송한 상태로 비행기에 탑승하길 바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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