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대학교 3학년이 끝났다. 이대로라면 남들 사는 순서대로 살게 될 것 같았다. 휴학을 했다. 조선소에 들어갔다. 조장까지 달았다. 역시 난 뭘해도 잘한다는 성취감을 얻고 성격을 버렸다. 여행자금은 생겼는데 항공권을 못 구했다. 술값과 닭발값으로 재산을 탕진하던 중 여행자들에게 '리마대란'으로 불리는 아에로멕시코 특가 프로모션이 떴다. 홀린 듯이 결제 버튼을 눌렀다. '박장백'의 남미표류기는 이렇게 시작됐다.<편집자주>
찰스 다윈의 진화설, 천혜의 보고, 환상의 섬. 하지만 나에게는 조금 아쉬웠던 그곳은 갈라파고스였다. 출발 전부터 갈라파고스에 대한 기대감은 엄청났다.
입도비만 100달러를 내야 하고 비행기표도 비쌌지만 물개와 같이 수영하는 영상을 본 이후로 그런 건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갈라파고스로 가기 위해 나는 3일간 버스여행을 해야 했다. 남미는 관광지를 벗어나면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스페인어는 "화장실이 어디에요?" 밖에 모르는 내가 외국인이 한 명도 안 타는 로컬버스로만 움직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친절한 사람들의 도움들이 없었다면 분명 비행기를 놓쳤을 것이다.
처음엔 무리를 해서 몸살이 낫겠거니 싶었다. '땀 흘리며 푹 자면 좋아질 거야'하며 3일을 고열과 오한을 오가며 호스텔 방에서 꼼짝없이 있어야 했다.
입도비가 비싼 대신 병원비가 공짜였기때문에 그것도 모르고 아까운 시간만 날린 것이다. 어느 정도 열이 내린 것 같아 병원을 갔는데 열이 38도였다.
덕분에 4일치 경비를 아꼈다. 남은 시간 동안 큰 걱정 없이 돈을 쓸 수 있었다. 혹시 몸이 다시 안 좋아질까봐 다이빙은 포기하고 스노클링만 했다. 원래 보려던 만큼 보지 못했음에도 나는 이곳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영상을 보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분명 그럴 거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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