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작가 '임옥상'은 누구인가?

김민의 예술 읽어주기<14>

김민(예술평론가) | 기사입력 2017/11/30 [16:47]

청와대 작가 '임옥상'은 누구인가?

김민의 예술 읽어주기<14>

김민(예술평론가) | 입력 : 2017/11/30 [16:47]

 

 

▲ 임옥상, '광장에, 서'  2017, 캔버스에 혼합재료, 360x1620cm, 사진제공: 가나아트센터     ©뉴스다임 김민 기자

 

 

지난 21일, 청와대 본관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이어진 촛불집회 모습이 담긴 대형 그림이 걸렸다.

 

이 그림은 임옥상 작가가 그린 '광장에, 서'(2017)이다. '광장에, 서'는 청와대에 전시하기 위해 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래 작품의 길이가 총 16m이지만 청와대 본관 벽면의 크기에 맞게 11.7m 크기로 줄인 것이다.

 

그렇다면 청와대에 걸린 이 기념비적인 작품의 작가 임옥상은 누구일까? 그는 한 언론사의 인터뷰에서 지난 정권에 상위 블랙리스트 랭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청와대에 걸린 '광장에, 서' 작품 또한 마찬가지지만 그의 작품은 언제나 사회와 문화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1950년 충남 부여 출신인 작가 임 옥상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프랑스 유학까지 마친 엘리트 작가다. 하지만 1950년이라는 년도가 말해주듯 그의 부모는 6·25전쟁을 겪었고 그가 대학을 다닐 때는 박정희 정권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를 가지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과 대학원 졸업논문 '한국 미술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의 제목에서 나타나듯 그는 항상 그림으로 더 나은 사회를 향하고 있었다. 또한 그의 에세이 '누가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지 않으랴'에서 자신이 변화한 계기를 광주교육대학에서 교사로 재직을 하고 있던 시절에 겪었던 5·18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임옥상은 이 일을 계기로 어떤 방법으로든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야겠다고 생각했으며, 그림이 현실과 역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살았다. 그에게 미술은 미(美)이기 이전에 진실이요 정의가 됐다. 그러면서 임옥상은 민중미술작가로 탄생한 것이다.

 

임옥상은 군부 독재, 김영삼 정부의 등장과 동구사회주의권의 몰락,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의 재편, 그리고 오월 정신으로 인한 권력의 왜곡과 유폐를 뚫고 나아가는 것이 미술의 기능이며 행동하는 것에 주목했다.

 

임옥상은 말한다. “나는 동사다. 형용사, 부사가 아니다. 예술은 수식어로 인식되고 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무엇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고 예술은 주인공도 아니다. 즉 명사가 아니다. 명사는 개념이다. 개념은 화석이다. 예술은 가장 역동적인 동사의 역할을 해야 한다”

 

예술은 동사여야 한다. ‘사랑 ’이 아니라, ‘사랑하다 ’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예술은 화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이 1980년대 민중미술 운동에 참가한 이래 그의 예술관이자 인생관이다. 임 옥상은 역사가 만들어낸 화가인 것이다.

 

이러한 임옥상의 예술관과 인생관을 살펴볼 때 청와대에 작품이 걸린다는 것은 운명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작품 '광장에, 서'를 살펴보면 ‘흙’이 주된 작품의 재료인 것을 알 수 있다. 흙을 붙인 30호 캔버스 108개에 작가는 촛불시민들을 새겼다. 흙 혹은 땅은 작가경력과 맞닿을 정도로 자주 사용한 재료다.

 

작가는 말한다.

 

“‘땅’을 모성, 즉 어머니라고 하였다. 또한 바로 우리가 살아온 역사의 현장이다. 곡식을 심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나는 땅이 파헤쳐질 때 슬퍼하고 분노한다. 왜냐하면 땅의 상처는 바로 모성의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땅은 풀·나무·곡식 그 무엇으로든 덮여 있어야 한다. 그래야 땅은 살아 있는 것이다. 죽음의 땅은 어떤 것도 포용할 수 없다. 인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땅이 죽는다는 것은 인간이 더 이상 살 곳이 없다는 뜻이다. 누구나 땅과 대지의 힘을 믿고 의지하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땅이 생명을 품고 누워 침묵하기 때문에 인간은 땅의 존재를 잊기 십상이다. 그렇게 땅만 잊는 것이 아니라 생명까지도 잊는다. 그러기 때문에 땅은 가끔은 일어설 필요가 있다. 일어나서 세상을 쳐다보아야 한다.”

 

이처럼 작가의 흙은 당시 촛불시민들의 마음과 사상까지도 담아내고 있다.

 

작가의 호는 스스로 ‘한바람’이라고 했다. 그는 유신 독재시절, 도서관에서 ‘바람은 외적으로는 신성이요, 내적으로는 깨우침이다. 바람을 감지하는 일은 이 양자를 얻었다는 의미가 된다’라는 철학책을 읽고 ‘바람’으로 살아야겠다고, 한 곳에 묶이지 않으면서 세계를 자유롭게 어루만지며 자신이 깨달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하는 존재로 거듭나야겠다고 다짐했다.

 

2017년 지금, 그의 깨달음이 큰 바람이 되어서 우리에게 왔다는 것을 그의 작품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한때는 블랙리스트였던 임옥상, 하지만 현재는 청와대 본관에 걸린 그림의 작가. 역사는 이렇게도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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