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연재]나는 2년차 지도쟁이입니다<2>

김정훈 도화사 | 기사입력 2018/04/17 [20:01]

[시리즈연재]나는 2년차 지도쟁이입니다<2>

김정훈 도화사 | 입력 : 2018/04/17 [20:01]

▲ 김정훈 도화사     ©뉴스다임 박원빈 기자

 

저는 작은 측량회사에 다니면서 지도 그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는 3D 도화 장비를 다룰 줄 알아야 하는데, 이는 국가공인 자격증 ‘도화 기능사’ 시험을 볼 때 사용하는 장비이기도 합니다.

 

도화 장비는 온몸을 사용해야 다룰 수 있는 장비입니다. 두 눈은 3D 모니터에게 보이는 대상물을 하나도 빼먹지 않게 표현해야 하므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바쁘고, 두 손은 3D 공간에서 X.Y 축을 나타내는데 사용되는 핸들(handle)을 잡고 이동을 해야 해서 쉴 수가 없고, 두 발은 측량 포인트를 주는 데 필요한 발판(Foot)과 z축을 나타내는 드럼(Drum)을 움직여주어야 하기에, 발을 다른 곳으로 떼지 못한 채 움직입니다. 

 

그래서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작업하는 부서 중에서도 피로도가 가장 높은 부서가 도화부이기도 합니다.

 

보통 작업은 1인 1도엽을 맡아 진행이 되는데, 작업 구역의 지형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은 하루~이틀, 많게는 3~4일 정도 걸릴 때도 있습니다.

 

입사 초기에는 선임들이 작업하면 하루 이틀이면 끝날 일을 제가 3~4일을 잡고 있으면, 느리다며 혼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누구나가 느끼듯이 ‘이 길은 내가 아닌가?’ ‘ 난 왜 이거밖에 못 하지?’ 하며 진지하게 고민을 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첫 직장에 발을 디딘 만큼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에 모두가 퇴근하고 나면 혼자 남아서 연습을 하고 들어갈 때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전보다는 뚜렷하게 달라진 제 모습에 자신감이 붙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3D 모니터 앞에 앉아 지형지물을 묘사하고 있다 보면 어느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일하는 지도꾼이 되어 있었습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말은 늘 마음속에 품고 다니는데,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말이라 더 좋아합니다. 어렸을 적 엄마가 해 주던 두부찌개를 잊지 못하는 것처럼 시간은 마침내 스스로 더 큰 보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죠.

 

 [글 김정훈 도화사, 정리 박원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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