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만들기

여천일 기자 | 기사입력 2013/08/24 [08:07]

'뇌' 만들기

여천일 기자 | 입력 : 2013/08/24 [08:07]

인터넷에서 우연히 한 팝 아티스트가 자신의 이상형이 ‘뇌가 섹시한 사람’이라고 밝힌 기사를 읽게 되었다. 참 독특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뇌가 섹시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뇌는 인간의 감각을 주관하고 생각하여 명령을 내리는 매우 중요한 신체 기관이며 중요한 만큼 충분히 영리하다. ‘휴가’라는 한 단어를 듣는 순간, 올해 휴가지로 내가 다녀왔던 곳, 그 때 뭘 하고 놀았는지, 그 기간 중 짜증났던 것까지  4~5가지가 버뜩 주마등처럼 뇌(생각)에서 만들어져 지나간다.
 
뇌는 듣는 순간 들은 정보의 4~5배에 해당 되는 정보를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동물과 구분되는 사람의 중요한 특성이고 오늘날 인류를 이처럼 진화시킨 핵심적인 원동력인 것은 틀림 없다. 그러나 이제 이 ‘생각’이 지나쳐 병이 될 지경에 이르렀다.
 
코이케류노스케란 스님이 펴낸 ‘생각 버리기 연습’이란 책을 보면 편히 음식 맛을 느끼면서 식사 자체를 즐기면 될 것을 마주 앉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생각하면서 식사 하게 되면 도통 밥 맛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생각의 잡음으로 인해  ‘오감’을 못 느끼는 것이 인생의 부조리임을 일깨운다. 우리네 삶은 오감에 집중할 때 행복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오감에 집중한다’는 것이 감각적 쾌락주의를 부추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접시를 닦을 때 어떻게 빨리 잘 닦을까 집중을 않고 어떤 사람이 이리 음식을 많이 남겨 내 설거지를 이리도 어렵게 만들었나 짜증을 내며 일을 하니 일도 생각의 잡음들 때문에 재미가 없어진다. 너무 많은 생각은 번뇌를 낳고, 번뇌는 쓸데 없는 욕망으로 자라나며 곧 어리석음이라는 종착역에 가 닿게 되는 것이다.

삶의 순간 순간 가장 적절하고 필요한 것에 우리의 ‘생각’이 아닌 ‘몸(오감)’을 써야 한다. 살아가면 우리가 해내야 할 일들은 대개 ‘몸(오감)’이 할 바가 대부분이지 마음과 생각이 할 것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이와 같이 쓸데없는 ‘생각 버리기’가 바로 ‘오감’에 집중하는 것이며 이것이 곧 번뇌를 극복하는 길이다. 오감에 집중 한다는 것은 단순히 ‘들린다’ 가 아닌 내가 ‘듣는다’로 삶의 자세를 더욱 적극적으로 갖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환경은 ‘들리는’것이 너무 많다. 알람 소리에 깨고부터 자동차 소리, 핸드폰 소리, 지하철이 일으키는 바람소리…. 그러다 보니 ‘들리는’것들로 인한 잡음에 지나치게 노출이 되어 있고 이것들이 곧 번뇌가 되는 것이다. 뇌가 ‘들리고’, ‘보이는’ 것들에 의해 끌려 가다 보면 더욱 자극적으로 ‘들리는, 보이는 ’것을 추구하게 된다.
 
’들려지고 보여지는’ 것들이 주는 중독성은 더 큰 자극을 필요로 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본다. 듣는다’ 의 세계에서는 작은 자극에도 충분히 집중할 수 있다. 내가 집중하여 ‘들을 때 ’ 창가에서 듣는 가랑비 소리가 비행기 소리 보다 크게 들린다. 크게 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오묘하다. 창조주의 신비로운 음성을 듣는 듯 하다.
 
이내 가랑비 소리 속에서 지극히 평정된 마음을 찾을 수도 있다. 이렇듯 미세한 자극에도 내가 주체 되어 집중하면 ‘보여지고 들려지는’ 것들의 번잡함 속에서 미처 보거나 듣지 못하던 풍요로운 세계를 마주 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보여지는 것들과 들려지는 것들에서부터 벗어 나게 될 때 비로소 보게 되고 듣게 된다. 마찬가지로 생각을 버리게 될 때 제대로 생각하는 힘이 생긴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의 뇌는 지나치게 많은 ‘보여지는 것들’과 ‘들려지는 것들’ 속에서 굳어 가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특히 청소년들의 뇌는 온갖 ‘중독’들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말 그대로 ‘풍요 속의 빈곤’처럼 너무 많이 보여지고 들려져서 진짜 ‘보아야 할 것’, ‘들어야 할 것’을 들을 여유가 우리의 뇌 속에서 사라졌다.
 
결국 모든 마음의 번뇌는 이 ‘뇌’가 포화 상태, 곧 병이 들어 일어나는 것인지 모른다. 요즘 대세인 ‘힐링’의 본질은 결국 ‘뇌 치료’가 되어야 한다. 필자의 멘토는 ‘차는 고장 난 대로 그냥 두고 운전만 잘 배우면 되는 것이 아니듯 우리 뇌가 고장 나 있는데 마음을 고쳐 먹는다고 원하는 대로 될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 ’뇌’가 문제다. 뇌의 체질을 바꿔 놓아야 한다.
 
어떠한 체질이든 체질이 된 것은 우리의 ‘일상 생활’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일상 생활이 주는 ‘반복성’이 체질을 만드는 요소다. 원하는 체질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상적인 체질이 되도록 의도적인 반복을 통해 번뇌를 벗어나는 생활을 지속하게 되면 뇌의 체질이 바뀔 수 있다.

복부에 식스팩 만들기만 신경 쓰지 말고 우리의 뇌를 섹시하게 만드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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