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급발진', 브레이크 길게 밟은 후 기어중립으로[뉴스다임기획]알아두면 생명을 구하는 안전대책과 응급처지법<1>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긴박한 상황에서 자신과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안전대책과 응급처치 방법을 알아본다.<편집자주>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에서 운전자 정모 씨(57)가 기계식 자동세차를 마친 후 출발을 알리는 초록 신호등이 켜지자 자동변속기의 기어를 중립(N)에서 주행(D)으로 바꿨다. 그 순간 자동차의 속도가 순식간에 시속 30∼40km까지 치솟으며 차량은 세차장 맞은편 휴게실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휴게실 안에 있던 정모 씨(64)가 사망하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운전경력이 27년이 넘는 베테랑인 운전자 정 씨는 “변속기를 작동할 때 분명히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으며 가속 페달은 밟지 않았다”고 말하며 자동차가 스스로 급발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9일 19명의 사상자(사망 3명, 부상 16명)가 발생한 서울 송파 버스 추돌사고의 경우 경찰은 첫 번째 추돌 원인을 ‘사고를 낸 버스 운전사(사망)의 졸음운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 당시 블랙박스를 보면 두 번째 추돌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1.2km 구간을 시속 60∼70km로 질주하지만 버스 운전사는 1분 넘게 필사적으로 핸들을 붙잡고 다른 차들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담겨 있다. 경력 20년의 운전사가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착각한 채 주행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최근 이와 같은 급발진 의심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9년까지 급발진 의심 신고는 총 18건에 불과했으나 최근 4년간 337건이나 접수됐다. 급발진의 정의와 원인 그렇다면 급발진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급발진이란 '급격한 발진'이라고 연상하기 쉽지만 사실은 '운전자가 의도하지 못한'이라는 전제가 붙어야만 한다. 즉 운전자의 의도와 다르게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을 통칭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급발진으로 신고된 사례 모두 '의심이 간다'는 것일 뿐 최종적으로 급발진으로 확인된 건 단 한 건도 없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아직 자동차 급발진을 인정한 조치나 판례가 없다. 그런데 운전자들은 분명히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고 가속 페달은 밟지 않았다고 진실된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이런 급발진의 원인은 무엇인가? 사실 그 동안 급발진 의혹을 규명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지만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국내 자동차 전문가인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가 조만간 급발진 원인을 규명할 새로운 연구결과를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지난해 5월 “급발진 사고는 브레이크에 장착된 진공 배력 장치 때문이며 이 장치에 의해 연료 파이프라인이 순간적으로 진공 상태가 되었다가 순간적으로 압력이 치솟아 연료가 대량으로 분사되면서 급발진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기술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가설”이라고 반박했다. 외국에서도 급발진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30년 넘게 급발진 문제가 제기됐지만 그 이유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미국에서는 급발진 원인 규명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전미과학자협회와 미 항공우주국(NASA)까지 나선 상태다. 급발진 사고 규명의 가장 중요한 장치로 꼽히는 자동차 사고기록장치(EDR : Event Data Recorder) 분석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EDR은 사고 당시의 엔진 상태는 물론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의 조작 여부가 기록되는데, 문제는 EDR의 기록저장장치가 작동하는 시점이 에어백이 작동하는 시점이라서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경우에는 사고 당시의 상황이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EDR에 담긴 운행 정보를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 2012년 사고차량 운전자가 원하면 차를 만든 업체가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 개정안이 공포됐으나 3년의 유예기간을 뒀기 때문이다. 급발진 대처 방법은? 그렇다면 이러한 급발진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급가속 상황이 발생시 우선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브레이크를 여러 차례 나눠 밟는 게 아니라 한 번에 깊게 밟아야 한다. 만일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더라도 페달에서 발을 떼면 안된다. 그리고 곧 바로 변속 레버를 ‘중립(N)’으로 놓아야 한다. 변속 레버를 중립으로 놓으면 엔진 동력이 바퀴로 전달되는 근원을 차단하여 더 이상 속도가 붙는 걸 막게 된다. 이렇게 기어변속을 중립(N)에 놓고 브레이크를 계속 밟은 채 다음으로 엔진시동을 끄는 것을 시도해야 한다. 기어변속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바로 시동을 꺼야 하지만 키 형태의 차일 경우 완전히 돌려서 키를 뽑지 말고 ACC 위치로만 돌려 엔진을 정지해야 한다. 이때 자동차 시동을 끄더라도 키를 뽑으면 안된다. 키를 뽑을 경우 핸들이 풀려서 더 큰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요즘 많이 장착되는 시동버튼의 경우엔 최소 3초간 버튼을 꾹 누르고 있어야 꺼진다. 만일 버튼을 눌러도 시동이 안 꺼지는 경우에는 엔진 브레이크를 이용해서 최고단에서 단계적으로 내린 후에 주차 브레이크를 사용하면 된다. 만일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차량 급가속이 계속된다면 차량을 전봇대나 나무와 같이 딱딱한 물건에 정면 충돌해 멈추지 말고 벽 같은 곳에 차량 측면을 긁으면서 속도를 경감시키는 것이 좋다. 딱딱한 곳에 정면 충돌 후 차량을 멈추게 될 경우 내부 탑승자의 안전이 매우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차가 멈춰선 후에는 주차(사이드) 브레이크를 체결하고, 이어 브레이크 페달을 꾹 밟은 채 ‘주차(P)’로 변속한다. 시동을 끈 후 차에서 대피, 견인 등 후속 조치를 취하는 절차를 밟으면 된다. 급가속 상황이 발생 시 이러한 요령을 충분히 숙지한 후 침착하게 대처하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뉴스다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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